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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umns/Common

알파고 이전과 이후.

오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3국을 보며 이세돌 9단이 돌을 던질 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1국에서 졌을 때 받은 충격보다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바둑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이세돌 9단의 압박감은 같이 느낄 수 있었기에 참 씁쓸하더군요.

1국에서 이세돌 9단이 패배를 선언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당연히 인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참 막연한 믿음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어차피 계산능력이 컴퓨터가 뛰어난 것은 수 십년 전부터인데, 바둑이라는 영역에서 수천년 이어져온

인간의 학습되고 발전되어온 직관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데

10의 80승이라는 무시무시한 경우의 수라고 하지만 한점 한점 바둑을 두다보면 경우의 수는

처음보다 급격히 감소해 나갈 것이고, 초반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기존의 기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대국에서

가장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수로 답을 내간다면 인간이 어지간해서 컴퓨터를 이기기란 불가능한 것이겠죠.

물론 거기에는 그러한 계산을 가능케하는 기술적인 방법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전제인데

구글의 알파고 팀이 해낸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알파고는 인공지능의 매우 초기단계에 불과한 '프로그램'입니다.

다만 10의 80승에 이르는 바둑의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며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해답을 찾기 위한 가치판단 능력과 이를 이루기 위한 학습능력, 그리고 효율적인 계산능력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인공지능인 것입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무시무시한 인공지능은 사실 개발이 가능할지 조차도 모르는 영역이기에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는 것이 인류가 위험하다라는 논리까지 발전하는 것은

무리가 많긴 하지만, 이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하여

앞으로 우리의 세상은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되어지는군요.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세상을 연 것처럼 알파고의 놀라운 등장은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세상으로 급속도로 빨리 이끌어 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 대전으로 인공지능에 관심없던 수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인공지능에 대한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인 수용이 확산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구글의 이번 이벤트는 정말 신의 한수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저는 이런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에게도 또다른 발전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1~3국을 해설한 많은 바둑9단들도 하나같이 알파고의 생각지도 못한 수에 대해서는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습니다. 저도 바둑기사들이 알파고의 수를 배워서

인류의 바둑도 한 차원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비단 바둑뿐만 아니라 알파고의 개발자인 '하사비스'가

밝힌 것처럼 인류의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인류는 인공지능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꼭 이겼으면 했는데 져서 참 안타깝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이세돌 9단이 인류의 대표자격이 없다느니, 커제가 했어야 된다느니

참 막말을 쏟아내던데..이세돌 9단이 진 것보다 더 안타깝더군요.

더군다나 언론매체에서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자극적인 커제 인터뷰를 내보내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너무 무지하고 수준이 낮은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세돌 9단과 가족들,..그리고 수많은 바둑기사들이 

그런 기사와 글들을 봤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싶습니다.

 

내일 다시 대국이 있는데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이 4국과 5국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 승부에 마음쓰지 말고 멋진 경기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알파고에 대해서 좋은 설명 블로그를 유첨합니다. 한번 읽어볼만한 좋은 글인듯 싶습니다.^^

http://blog.daum.net/sadprince57/3331